화장품 성분표를 찾아보면 '코메도제닉 등급'이라는 수치가 나옵니다. 이 숫자가 높으면 피부에 쓰면 안 된다는 뜻일까요. 1972년 토끼 귀에 성분 원액을 바른 실험에서 나온 척도인데, 그때의 한계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Cosmetic Dermatology 원칙 · AAD 가이드 · 2026.07 업데이트
A Two-Fold Principle
등급을 이해하는 2가지 축
01. The Scale
0에서 5까지의 등급
코메도제닉(comedogenic)은 모공을 막아 블랙헤드나 화이트헤드(면포, comedo)가 생기게 할 가능성을 뜻합니다. 0은 막힘이 없는 것으로 보고된 성분이고 5는 막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 성분입니다. 성분마다 이 척도 위의 어느 지점에 위치합니다.
02. The Context
등급보다 맥락이 중요
등급은 성분 원액을 동물 모델에서 테스트한 값이라 실제 제품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제품 속 성분 함량, 다른 성분과의 혼합 비율, 개인 피부 특성에 따라 반응이 크게 달라집니다. 등급은 참고 지표이지 절대 기준이 아닙니다.
코메도제닉 등급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1972년 피부과 연구자 클리그만(Kligman)과 밀스(Mills)는 화장품 성분이 모공을 막는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토끼의 귀 안쪽 피부에 성분 원액을 4주간 바른 뒤 모낭 입구가 얼마나 막혔는지를 조직 단면으로 확인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연구에서 나온 0~5 척도가 오늘날 코메도제닉 등급의 기원입니다.
이후 성분 데이터가 쌓이고 척도가 보완되면서 여러 화장품 원료 데이터베이스가 등급표를 활용합니다. 다만 연구자마다 방법론이 조금씩 달라 같은 성분이 자료마다 다른 등급으로 표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등급 척도 기본 이해
등급
의미
대표 성분 예시
0
막힘 보고 없음
스쿠알란, 아르간 오일, 조조바 오일(일부)
1
매우 낮은 가능성
로즈힙 오일, 올리브 스쿠알란
2
낮은 가능성
조조바 오일, 라놀린(정제)
3
중간 가능성
알몬드 오일, 해바라기씨 오일(일부)
4
높은 가능성
코코넛 오일, 코코아 버터
5
매우 높은 가능성
이소프로필 미리스테이트, 밀배아유
등급 0~2는 보통 '낮다'고 분류하고 3 이상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 어디까지나 경향이지 규범은 아닙니다.
등급이 가진 3가지 한계
코메도제닉 등급을 참고 지표로만 봐야 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토끼 귀와 사람 피부는 다릅니다
원래 측정에 쓰인 토끼 귀 모낭은 사람 피부의 모낭보다 막히기 훨씬 쉬운 구조입니다. 2006년 드래로스(Draelos)와 디나르도(DiNardo)가 『미국 피부과학회지』에 발표한 검토 논문에서는 토끼 귀 모델이 사람 피부의 반응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동물 모델에서 막힘이 확인됐더라도 사람 피부에서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원액 농도와 제품 속 농도는 다릅니다
등급 측정은 성분을 묽히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합니다. 실제 화장품 안에서 대부분의 성분은 훨씬 낮은 비율로 들어가고 다른 성분들과 섞여 있습니다. 전성분 목록에서 1% 기준 아래쪽에 있는 성분이라면 함량이 적다는 뜻이라 원액 등급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전성분 1% 룰과 읽는 법을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개인차도 큽니다
같은 성분에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습니다. 피지 분비량, 모낭의 크기, 피부 장벽 상태, 호르몬 수준에 따라 같은 성분이 어떤 피부에서는 문제를 일으키고 다른 피부에서는 아무 영향이 없을 수 있습니다. 여드름이 나기 쉬운 피부일수록 이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납니다.
'비코메도제닉' 표기의 진실
제품 겉면에 'Non-comedogenic(비코메도제닉)' 또는 '모공을 막지 않는'이라고 적혀 있다면 안심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표기는 법적으로 규제되지 않습니다. 식약처나 미국 FDA 모두 이 문구를 공식 인증하는 절차가 없어서 제조사가 자체 판단으로 기재할 수 있습니다.
일부 브랜드는 자체적으로 소비자 사용 테스트나 피부과 전문의 테스트를 거쳐 표기하기도 하지만 기준이 통일되어 있지 않습니다. 참고 정보로는 활용할 수 있지만 절대적인 보장이 아닌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등급이 화제가 되는 성분들
여드름 피부 관련 커뮤니티에서 자주 언급되는 성분 몇 가지를 살펴봅니다.
코코넛 오일(4등급): 등급이 높아 여드름 피부에서 주의를 권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얼굴 전체에 바르면 일부 피부에서 트러블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입술이나 몸에 쓰거나 헤어 케어에 활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코코아 버터(4등급): 진하고 풍부한 질감이 특징인 보습 성분이지만 등급이 높아 여드름 피부에는 얼굴보다 건조한 부위나 바디용으로 쓰는 편이 무난합니다.
이소프로필 미리스테이트(5등급): 제형을 부드럽게 하는 데 쓰이는 성분으로 등급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합니다. 화장품 전성분 목록에서 자주 보이는 성분이라 여드름 피부라면 성분 목록에서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스쿠알란(0~1등급): 피부 친화성이 높고 가벼운 오일 성분으로 등급이 낮아 여드름 피부에서도 비교적 잘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스쿠알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스쿠알란 완전 가이드에서 다룹니다.
조조바 오일(2등급): 엄밀히는 오일이 아니라 액상 왁스에 해당하는 성분입니다. 등급이 비교적 낮고 피지 구조와 비슷한 특성이 있어 여러 피부 타입에서 쓰입니다.
Editorial Tip
등급보다 먼저 볼 것
"성분 등급보다 그 성분이 전성분 목록 어디에 있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목록 뒤쪽이라면 함량이 아주 낮아 실제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여드름이 나기 쉬운 피부라면 주성분(앞쪽) 위주로 확인하고 낮은 등급 오일을 선택해 보세요."
— 뷰티듀프 에디토리얼
여드름 피부에서 실전으로 활용하는 법
코메도제닉 등급을 활용할 때는 아래 순서로 생각하면 합리적입니다.
주성분 먼저 확인: 전성분 목록 앞부분에 있는 성분이 함량이 높습니다. 여기서 3~4등급 이상 성분이 여러 개 모이면 여드름 피부에서 주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함량 순서 고려: 목록 뒤쪽에 있는 성분은 함량이 1% 이하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소프로필 미리스테이트처럼 등급이 높은 성분이 목록 끝에 있다면 실제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피부 타입별로 판단: 지성·여드름 피부일수록 높은 등급 오일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건성 피부나 민감 피부는 보습이 우선이라 등급보다 장벽 보강에 집중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패치테스트가 가장 확실: 등급은 평균적인 가능성이고 실제 반응은 본인 피부에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새 오일이나 리치한 크림을 쓸 때는 턱선이나 귀 뒤에 먼저 발라 1~2주 반응을 살피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자세한 방법은 패치테스트 제대로 하는 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The Synthesis of Wisdom
등급을 읽는 세 가지 시각
어떻게 측정됐는지, 제품 안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개인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세 관점을 함께 보면 등급 숫자가 더 유용해집니다.
01. Origin
측정의 출발점
코메도제닉 등급은 토끼 귀 모델에서 성분 원액을 테스트한 값입니다. 수십 년 전에 제안된 방법이라 오늘날 모든 제품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원을 알면 왜 '절대 기준'이 아닌지 이해하기 쉽습니다.
02. Concentration
함량이 달라지는 맥락
원액 기준 4등급인 코코넛 오일도 제품 안에서 다른 성분에 섞여 아주 적은 비율로 들어있으면 영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성분 목록에서 성분이 어느 순서에 있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03. Individual
피부마다 다른 반응
같은 성분이라도 피지 분비량과 모낭 구조가 다른 피부에서는 반응이 다릅니다. 등급은 통계적 경향이지 한 사람의 반응을 예측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개인의 피부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패치테스트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
코메도제닉 등급은 참고 지도이지 통행 금지 표지판이 아닙니다. 숫자를 맹신하기보다 성분의 함량과 내 피부의 실제 반응을 함께 봐야 그 지도가 유용해집니다.
뷰티듀프 에디토리얼
자주 묻는 질문
코메도제닉 등급이 높은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무조건 피해야 하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등급은 원액 상태의 성분을 기준으로 측정한 것입니다. 실제 제품 안에서는 성분 함량이 훨씬 낮고 다른 성분과 혼합되어 있어 원액과는 다르게 작용합니다. 성분 목록 어디쯤 있는지, 피부 타입, 개인 반응을 종합해서 판단하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비코메도제닉(Non-comedogenic) 표기가 있으면 안전한 건가요?
비코메도제닉은 법적으로 규제되는 표기가 아닙니다. 식약처와 미국 FDA 모두 이 표기를 인증하는 공식 절차가 없어 제조사가 자체 판단으로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는 할 수 있지만 보장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패치테스트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코코넛 오일은 코메도제닉 등급이 높다고 하는데, 피부에 쓰면 안 되나요?
코코넛 오일은 일반적으로 4등급으로 분류됩니다. 지성·여드름 피부에서는 주의하는 편이 좋고 건성 피부나 입술·헤어 케어에 사용하면 문제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얼굴 전체에 바르기 전 좁은 부위에서 패치테스트를 해보시기를 권장합니다.
여드름 피부에 오일을 써도 되나요?
오일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스쿠알란(0~1등급)이나 로즈힙 오일(1등급)처럼 코메도제닉 등급이 낮은 오일은 여드름 피부에서도 비교적 잘 견디는 편입니다. 코코넛 오일이나 밀배아유처럼 등급이 높은 오일은 여드름이 나기 쉬운 부위는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Skin Warning
여드름이 나기 쉬운 피부라면 새 오일이나 리치한 보습제를 쓸 때 전성분 목록을 먼저 확인하고 좁은 부위에서 1~2주간 패치테스트를 해 보세요. 여드름이 심하거나 반복적으로 악화되면 피부과 전문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 출처
Kligman AM, Mills OH Jr. "Acne cosmetica." Arch Dermatol. 1972;106(6):843–850.
Draelos ZD, DiNardo JC. "A re-evaluation of the comedogenicity concept." J Am Acad Dermatol. 2006;54(3):507–512.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 Acne Resource Center (skincare and cosmet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