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사실을 알고 나면 매일 바르던 세럼 하나도 괜히 다시 보게 되죠. 피부에 바른 성분 가운데 일부는 몸으로 흡수될 수 있어서 뭘 미룰지는 화장품 규정보다 의학 문헌을 보고 정해요. 이 글은 학회 권고와 동료심사 연구가 함께 말하는 선까지만 적었어요. 히드로퀴논처럼 국내에선 아예 화장품에 못 넣게 정해 둔 성분도 있고요.
먼저 알아 둘 게 있어요. 여기 꼽은 성분 대부분은 사람에게 해롭다는 게 증명돼서 빠진 게 아니에요. 동물실험과 관찰연구, 이론상의 위험을 근거로 임신 중 자료가 부족하니 일단 조심하자는 예방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따르는 거죠. 기형을 일으킨다고 확인된 이소트레티노인 같은 성분은 화장품이 아니라 먹는 약이에요.
피해야 할 성분 6가지
1. 레티노이드 (Retinoids)
먹는 여드름약 이소트레티노인은 태아 기형을 일으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바르는 레티노이드도 같은 계열이라 흡수량이 적어도 예방 차원에서 출산 뒤로 미루라고 권해요.
성분 표기 예: Retinol, Retinyl Palmitate, Retinyl Acetate, Retinaldehyde, Tretinoin, Adapalene, Tazarotene, Isotretinoin
기형과 관련이 보고된 건 먹는 고용량 비타민 A와 먹는 레티노이드 약이에요. 바르는 제품은 흡수가 적어서 위험이 확인된 적은 없지만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는 임신 중엔 쓰지 말라고 권해요. 대한의사협회지에 실린 국내 피부과 문헌도 결론이 같아요. 기형이 늘었다는 근거는 없지만 예방 차원에서 미루라는 거죠.
2026년 영국피부과학회지(BJD)에 실린 북유럽 4개국 연구도 같은 그림을 보여 줘요. 아기 약 387만 명의 기록을 봤더니 임신 초기에 바르는 레티노이드 연고를 쓴 경우 큰 선천 기형 비율이 3.3%였고 쓰지 않은 경우는 3.0%였어요. 연구진은 위험이 늘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어요. 그러면서도 자료에 한계가 있으니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준비한다면 계속 피하라고 적었죠. 모르고 쓴 경우엔 안심할 근거가 되고 알고 나서는 미루는 게 맞다는 뜻이에요.
2. 살리실산 고농도 (Salicylic Acid)
씻어 내는 클렌저처럼 낮은 농도는 대체로 괜찮다고 봐요. 조심할 건 필링처럼 진한 농도이거나 넓은 부위에 오래 바르는 경우예요.
살리실산은 아스피린과 같은 살리실레이트 계열이에요. 많은 양이 몸 전체로 들어가면 태아 합병증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죠. 그래서 바르는 2% 이하 제품은 대체로 안전하다고 보되 고농도 케미컬 필링이나 오래 쓰는 건 피하라는 게 일반적인 조언이에요. 미국피부과학회(AAD)도 바르는 살리실산은 짧은 기간 쓰면 대체로 안전하다고 안내해요.
국내 화장품은 애초에 이 선을 넘기 어려워요. 씻어 내는 세정 제품은 2%, 여드름성 피부 기능성 제품은 0.5%까지만 넣을 수 있거든요. 진한 농도가 걱정되는 건 화장품보다 피부과 필링 쪽이에요.
3. 히드로퀴논 (Hydroquinone)
바르는 미백제 히드로퀴논은 피부로 흡수되는 비율이 35~45%쯤으로 높은 편이에요. 임신 중 안전성 자료도 부족해서 쓰지 않는 게 일반적인 권고죠.
국내에서는 히드로퀴논이 화장품 사용 금지 성분(식약처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라 의사 처방 의약품으로만 써요. 국내 화장품 성분표에서 볼 일은 없지만 해외 직구 제품엔 들어 있을 수 있으니 그쪽만 확인하면 돼요.
4. 포름알데히드 방출 방부제
분해되면서 포름알데히드를 조금씩 내놓는 방부제들이에요. 포름알데히드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해서 임신 중엔 노출을 줄이라고 권해요.
성분 표기 예: DMDM Hydantoin, Quaternium-15, Imidazolidinyl Urea, Diazolidinyl Urea, Bronopol(2-Bromo-2-Nitropropane-1,3-Diol)
국내에선 식약처 고시로 포름알데히드 자체를 화장품에 못 쓰고 위 방부제들도 넣을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어요. 실제로 노출이 큰 건 바르는 화장품보다 헤어 스트레이트 시술처럼 공기로 들이마시는 쪽이라고 알려져 있고요. 그래도 한도 안에서 만든 제품까지 굳이 고를 이유는 없으니 임신 중엔 다른 제품을 쓰는 편이 마음 편해요.
5. 화학적 자외선 차단 성분 (Oxybenzone 등)
옥시벤존(BP-3)은 내분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FDA와 EU 등에서 나온 성분이에요. 엄마 혈액과 모유, 태반에서 검출됐다는 연구도 있어요. 그래서 미네랄 차단제로 바꾸라고 권하죠.
피하는 것이 권장되는 성분: Oxybenzone (Benzophenone-3), Octinoxate (Ethylhexyl Methoxycinnamate), Homosalate
대신 쓸 성분: Zinc Oxide(징크옥사이드)와 Titanium Dioxide(이산화티탄)예요. 피부 겉에 머물러서 몸으로 흡수되는 양이 아주 적어요.
미국 FDA도 2021년 선크림 성분을 다시 평가하면서 두 미네랄 성분은 안전성 자료가 충분하다고 봤어요.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는 판단하려면 자료가 더 필요하다고 했고요. 해롭다는 결론이 아니라 판정을 미룬 거예요. 어느 쪽이든 선크림은 안 바르는 것보다 바르는 게 훨씬 중요하니 끊지 말고 무기자차로 바꾸면 돼요.
국내 제품에서 먼저 찾아볼 건 옥시벤존이 아니라 옥티노세이트예요. 뷰티듀프가 모은 전성분 2,426종(2026년 10월 기준)에서 옥시벤존이 든 제품은 하나도 없었는데 옥티노세이트는 68종에 들어 있었거든요. 한글 성분표에는 옥시벤존이 벤조페논-3, 옥티노세이트가 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로 적혀요.
6. 프탈레이트·일부 향료
DEHP나 DBP 같은 일부 프탈레이트는 내분비 교란물질로 분류돼요. 문제는 이런 성분이 '향료(Fragrance/Parfum)'라는 한 단어 안에 섞여 들어갈 수 있다는 거예요.
식약처가 정한 알레르기 유발 향료 성분은 일정 농도를 넘으면 이름을 따로 적어야 해요. 나머지는 '향료' 한 단어로 묶어 적을 수 있어서 성분표만 봐서는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죠. 그래서 임신 중엔 무향(Fragrance-Free) 제품을 고르는 게 제일 간단해요. 클라리세이지나 로즈마리 같은 에센셜 오일은 임신 초기에 조심하라는 말이 많지만 근거는 약한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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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레티놀'이 없는 레티노이드
국내 제품 전성분은 한글로 적혀 있어요. 위의 영문 표기만 외워서는 성분표에서 찾기 어렵다는 얘기죠. ACOG도 레티노이드는 처방약뿐 아니라 일반 화장품에도 들어 있으니 라벨을 꼼꼼히 읽으라고 안내해요.
뷰티듀프가 모은 전성분 2,426종(2026년 10월 기준)에서 레티노이드가 하나라도 든 제품은 121종이었어요. 그중 34종은 성분표에 '레티놀'이라는 글자가 한 번도 안 나와요. '레티놀'만 찾으면 네 제품 중 하나 넘게 놓치는 셈이에요.
| 한글 성분표 표기 | 뷰티듀프 DB에서 들어 있던 제품 |
|---|---|
| 레티놀 | 87종 |
| 하이드록시피나콜론레티노에이트 | 32종 |
| 레틴알(레티날) | 22종 |
| 레티닐팔미테이트 | 15종 |
| 레티닐아세테이트 | 2종 |
| 레티닐프로피오네이트 | 1종 |
제일 놓치기 쉬운 건 하이드록시피나콜론레티노에이트예요. 이름이 길고 '레티'로 시작하지도 않아서 눈에 잘 안 걸리거든요. 레티날은 성분표에 대부분 '레틴알'로 적혀 있어서 레티놀만 떠올리면 그냥 지나치기 쉬워요. 둘 다 레티노이드라 결론은 같아요. 트레티노인과 아다팔렌은 여드름 치료에 쓰는 의약품 성분이니 처방받은 연고를 쓰고 있다면 산부인과 진료 때 먼저 말해 두세요.


